1. 개요
미국의 일시 해고(furlough) 제도는 기업이 인력 감축이 필요할 때 재고용을 약속하고 근로자를 해고하는 제도다. 경영 사정이 나아지면 회사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경영상 필요가 발생하면 회사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 언제든지 일시해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이 일시해고를 하면 미국 주정부는 최대 26주, 연방정부는 39주간 실업수당을 지급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근로자의 생존권 보장과 경기 방어를 위해 실업급여액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당 평균 385달러씩의 실업급여를 지급했으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4주간, 주당 600달러씩 총 2400달러를 추가로 지급하는 구제 패키지를 도입했다.
2. 제도 활용 현황
미국의 디즈니월드는 4월 12일자로 직원 4만3000명을 오는 19일부터 일시 해고(furlough)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직원(7만7000명)의 절반 이상이다. 경비, 시설 담당 등 필수 인력 200여 명만 남긴다는 방침이어서 감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디즈니월드는 “회사는 일시 해고 직원들의 건강보험료를 최장 12개월까지 100% 부담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충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근로자들이 일터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비중이 큰 미국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일시 해고를 통해 대규모 감원을 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 메이시스는 직원 12만5000명을 일시 해고하기로 했다. 의류업체 갭은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직원 8만 명 대부분을 일시 해고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유통업계에서 최소 100만 명 이상이 일시 해고됐다고 전했다.
제조업의 경우도 경기불황을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일시해고를 활용하고 있다. 닛산자동차와 혼다자동차, 폭스바겐 등의 미국 법인은 미국 공장이 셧다운됨에 따라 직원 2만6000명 가량을 일시 해고하기로 했다.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도 직원 2300명을 일시 해고할 방침이다.
3. 한국 근로기준법상의 여러 제도와의 차이점
가. 유급 휴업(휴직)과의 차이: 미국 일시해고의 경우 실업급여가 지급되고 사용자는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됨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귀책사유로 인해 휴업을 하는 경우 기업은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그 미만의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의 경영상 사유로 인해 휴업을 하기 위해서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반해서, 미국의 일시해고의 경우 사용자/회사가 휴업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주나 연방차원의 고용보험을 통해서 실업수당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부담이 현저히 적다는 차이점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46조(휴업수당) ①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제1항의 기준에 못 미치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근거해서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서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 불벌죄임)
나. 무급휴업(휴직)과의 차이: 미국 일시해고의 경우 근로자의 동의가 없어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일시해고할 수 있음
위 근로기준법 제46조의 (반대) 해석상 사용자의 귀책사유 없이 휴업하는 경우에는(예를 들어 천재지변으로 공장시설이 훼손된 경우 등) 사용자가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휴업을 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개별 근로자에게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서면(무급휴직/무직휴가 동의서)을 통해 개별적인 동의를 얻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휴업을 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전혀 없이 휴업을 하거나,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개별 근로자와 무급휴직에 대한 동의를 얻은 경우 등 일정한 요건이나 절차를 충족한 경우에만 무급휴직을 실시할 수 있지만, 미국의 일시해고 제도는 근로자와의 개별동의나 노사 간의 합의가 없더라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일시해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 정리해고와의 차이: 미국 일시해고의 경우 최종적인 해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른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정리해고가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리해고는 최종적인 해고에 해당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다시 채용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 정리해고를 한 이상 근로관계는 종결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 일시해고의 경우는 노사 쌍방이 최종적으로 해고(lay off)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합의한 것이다. 즉, 일시해고 기간 중에는 노사 간에 재고용이 약속된 상태로 사용자는 재고용의무를 부담하므로 근로관계가 종국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미국의 일시해고 상태에서는 경영상 어려움이 해결된 후에 다시 근로관계가 재개되므로, 근로자는 과도한 실직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을 놓치는 유무형의 손실과 신규 입사자를 교육시키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므로, 쌍방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①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ㆍ인수ㆍ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근로자대표"라 한다)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4. 맺음말
미국의 일시해고 제도는 근로자와의 개별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기업이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주 또는 연방 정부의 고용보험에서 실업급여가 지급된다는 점, 재고용 약속을 통해 기존의 숙련된 인력이 떠나는 손실을 막을 수 있고, 신규 인력을 교육시키는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업에게 분명히 유리한 제도이다.
한편, 근로자 입장에서도 최종적으로 정리해고를 당하는 것이 아니므로 과도한 실업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반강제적으로 무급휴직에 동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고용보험을 통해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도 유리한 면이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시해고 제도를 즉각 도입하기가 어렵겠지만, 기업이 어려울 때 무급휴직을 통해 실업급여를 전혀 수령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다수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무급휴직을 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기업에 한해서는 일시해고 제도와 마찬가지로 고용보험의 재원과 부담으로 근로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에도 무급휴업∙휴직 고용유지 지원금 제도가 있어서 경기의 변동 ∙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고용유지 조치의 수단으로 무급 휴업 또는 휴직을 실시하는 경우 무급휴업∙휴직 기간 중에 정부가 근로자에게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함으로서 근로자의 실직을 예방하고 생계안정을 유지시키는 제도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제도의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재고량이 50%이상 증가하거나 생산량이나 매출액이 30%이상 감소하는 경우여야 하고, 무급휴직 전에 반드시 휴업 등 고용유지조치를 사전에 실시해야(휴직 전 1년 이내에 3개월 이상 휴업/휴직 필요) 하는 등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일시해고 후에 즉각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일시해고 제도가 근로자 보호에 유리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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