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또는 보다 심한 경제공황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주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다. 2008년 모기지론의 거품으로 인한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 경제위기로 인한 위기 이후 오랜만에 닥친 이번 경제위기는 금융 부문에서는 중앙정부들의 신속하게 획기적인 대책이 있었기에 하락폭이 -40% 수준으로 제한되었고 침체 기간도 길지 않았으며, 현재는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실물 부분에 있어서는 이제 불황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실업과 소비침체, 기업의 구조조정 등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이번 경제공황을 통해 투자자로서 느낀 소회를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경제공황의 시대에는 현금이 왕이다.
경제위기, 공황의 시대에는 실업이나 디플레이션의 공포로 인해 안정적인 현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다. 특히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원달러 환율 상승).
누구나 공포에 휩사여 자산을 매각하고 현금화 하고자 하고, 디플레이션의 우려로 인해 조기에 현금화를 하려는 수요가 있으므로 금과 같은 안전자산도, 우량주나 알짜배기 부동산도 모두 가격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2. 적절한 현금 보유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포트폴리오다.
경제공황의 시대에 위와 같이 하락한 자산을 저렴한 가격으로 매수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언제나 적절한 비율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한다.
마켓 타이밍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으므로, 늘 100% 주식 시장에 투자하고 있어야 한다는 오래된 조언은 잊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3.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사업이나 투자에서 무조건 유리하다.
현금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는 경제공황은 기회이다.
또한,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시장이나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끈질기게 버틸 수 있다. 투자나 사업은 장기전으로 갈수록 약자에게도 기회가 있으므로, 현금 보유를 통해 기회가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4. 경제공황이나 위기는 예상하기 어렵고, 예상하더라도 시점까지 맞추기는 어렵다(전격적으로 찾아옴).
코로나 발병이 중국과 한국에서 1~2월에 이미 유행하였지만, 글로벌 경제공황을 촉발시킬 것으로까지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시점도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에서 3월 중순에 갑작스럽게 펜데믹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까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예상하지 못한 사태의 조짐이 있을 때 보다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유행하던 시점인 1~2월에 보다 민감하게 위기를 예상하고 위험자산을 현금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5. 투자에 있어서 거시경제의 흐름이나 이벤트도 매우 중요하다(탑-다운 방식도 중요함).
거시 경제의 흐름을 탑-다운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바텀-업 방식으로 개별주식만 분석해서는 한계가 있다. 워렌 버핏과 같이 장기 투자를 한다면 바텀-업으로도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겠지만, 부의 축적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거시 경제의 흐름을 읽고 대비하면서 위험자산의 투자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자산의 거품 정도(레이 달리오가 이미 2019년 하반기에 경고하였다), 글로벌 경제 성장률, 그외 전쟁, 석유 패권 다툼, 이번 코로나 사태 등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들도 신중하게 분석하고 고려해야 한다.
6. 경제공황의 시대에 투자할 때는 (자산 가격의) 바닥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대공황 시대와는 달리 각국의 중앙정부가 신속히 대처하고 있다. 과거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와 공황으로 인해 이미 세계각국은 자본주의의 미세조정에 능하고, 다양한 수단으로 시장의 실패에 대응하고 있으므로, 경제위기나 공황의 회복기간이 수년 이내로 짧아졌다.
즉, 확장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그리고 기존에 풀린 유동성과 투자 대기자금으로 인해 저렴한 자산을 매수하고자 하는 대기세력도 상당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언제일지 모르는 바닥이 올 때까지 계속 기다리거나, 바닥을 가늠하려는 신중한 자세보다는, 싸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과감하게 투자를 할 필요도 있다. 즉, 저렴한 가격이라고 판단될 때 과감하게 지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7. 향후에는 보다 자주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세계는 이미 글로벌화되었고, 국가 간의 자유무역과 교류를 통해 초연결 사회가 되었다. 또한, 인터넷과 IT 기술의 발달, 금융시장의 발전 등으로 인해 정보도 실시간으로 교류된다. 이러한 초연결사회에서 이제 한 국가의 위기나, 국지적인 분쟁이 글로벌 위기로 확대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또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새로운 바이러스들도 5년 주기로 계속 창궐하고 있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보다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전파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향후에는 보다 자주, 주기적으로 경제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인간은 합리성을 통해 그 위기를 극복하겠지만...
이를 고려할 때 경제위기 상황을 늘 염두해 두면서 투자하고, 사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8. 경제공황의 시대에 비로서 실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며, 누군가는 반드시 호황을 맞는다.
이번 코로나 펜데믹 사태에 대처하는 세계 각국의 대응능력을 보면, 각국의 실력 차이와 국각 시스템과 경쟁력을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또한, 기업의 경우에도 경제공황을 맞이했을 때, 얼마나 재무구조가 튼튼한지, 비지니스 모델이 튼튼한지 그 실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개인이나 투자자들의 경우에도 경제공황의 시대에 준비된 사람은 오히려 부자가 되고, 준비되지 않은 자는 실패하거나 파산하게 된다.
그리고, 경제공황의 시대에도 누군가는 반드시 호황을 맞고 있다. 이번 코로나 펜데믹 사태에서도 마스크 제조회사, 바이오/제약회사 등은 오히려 호황을 맞이했다.
또한, 누군가는 기회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소비재, 식품 회사들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가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인해 향후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9. 경제공황의 시대는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다.
경제공황의 시대는 망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서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망하면 다시 회복할 수 없거나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기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이다. 향후에도 주기적으로 경제위기는 다가올 것이므로, 이번 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은 또 다시 찾아올 다음 번 경제 위기에 승리하기 위한 훌륭한 대응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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