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필립스의 부활 이유

@Editor 2020. 4. 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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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업 130년 가까이 된 필립스는 GE와 함께 세계 가전 역사의 개척자이자 최고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립스는 1891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전구 생산 업체로 창업한 이래 1960년대 카세트테이프, 1980년대 콤팩트디스크(CD), 1990년대 CD레코더에 이르기까지 필립스가 처음 만들어 규격화시킨 제품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필립스는 1990년대까지 세계 최대 전자업체 중 하나로 30만명을 웃도는 임직원에 백열전구부터 원자로까지 상품만 5만가지가 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한국과 대만 2000년대에는 중국 전자업체의 성장으로 인해 급격히 설자리를 잃어갔다. 2001년 매출은 1996년에 비해 30%나 줄었고, 창사 이래 최대 영업손실을 내고 있었고 주가는 3분의 1로 급락했다.

이에 필립스는 2001년도에 게라스트 클레이스테를레이 회장을 CEO에 임명하고, 절체절명의 회사를 살리라는 특명을 내렸다. 클레이스테를레이 회장은 취임과 함께 전면적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TV를 시작으로 휴대폰과 VCR, CD플레이어 등 필립스 대표 제품을 매각하거나 아웃소싱으로 돌렸다. 260개의 공장을 160개로 줄이고 직원 25%를 감원했다.

구조조정의 하이라이트는 2006년 반도체 사업부 매각이었다. `기술의 필립스`를 상징하는 사업부이자 클레이스테를레이 회장의 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일터였다. 안팎에서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그는 단호했다. 구조조정으로 쌓은 자본은 신성장동력으로 정한 의료기기와 조명에 투자했다. 지금의 변화한 필립스의 초석을 세운 주역이 클레이스테를레이 회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과거에는 기술에 집착한 반면 디자인과 소프트파워의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필립스가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키우려던 헬스케어 산업에서 기술과 소프트파워를 결합해서 새로운 형태의 고객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의료 현장을 근본부터 바꾸는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Ambient Experience)`가 바로 그 사례이다. 환자가 병실 조명을 시작으로 오디오와 비디오를 선택하면,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좋아하는 조명과 영상, 그리고 음악이 재생되면서 환자가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필립스의 디자인 솔루션이다.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는 환자의 안정을 도와 의료진 업무를 수월하게 돕는다. 환자 재방문 유도는 당연한 결과다. 2007년 미국에서 상용화된 이후 2013년 1월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를 도입한 병원이 500곳을 돌파했다. 76%의 의료진과 환자는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필립스는 약 10년의 절치부심 끝에 2001년 26억유로의 적자에서 2012년에는 유로존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도 2억유로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필립스의 매출액 구성도 아래와 같이 보다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변경되었다. 

 

필립스가 부활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게라스트 클레이스테를레이 회장의 리더십과 과감한 구조조정 능력이다. 클레이스테를레이 회장은 필립스가 일본, 대만, 중국 업체에 비해 원가부담이 높다는 점,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기존에 회사의 핵심 사업부였던 가전, 음향, 반도체 등 사업부를 매각하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특히, 기업의 역사와 같은 전통적인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결단은 구성원들의 강한 저항을 받을 수 있고, 사기를 저하시킬 수도 있는데, 클레이스테를레이 회장은 "필립스의 목표는 혁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특정한 사업부문이 기업의 심장인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목표를 향한 조직원들의 열정이 기업의 심장이다" 라는 동기부여를 통해 임직원들이 다시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하였다.  

 

둘째,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비용을 신기술 개발과 미래 신사업에 투자하였다. 고령화 사회가 도래할 것을 예상하고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투자하여 신성장동력을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 2012년에만 약 100억 유로 이상의 매출을 헬스케어 사업에서 올릴 수 있었다. 

필립스는 미래 신사업 투자를 위해 특허와 지적재산권 등의 개발에도 노력하였다. 전구 등 조명산업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여 체질 변화에 성공하고, 지적재산권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였다. 2015년에는 유럽 특허 출원 1위의 자리에 올랐고, 삼성, 화웨이와 같은 글로벌 전자회사의 약진 속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필립스는 전세계 주요 기업들 가운데 인공지능(AI) 관련 특허도 7천23건이나 보유하여 세계 6위에 랭크되어 있는 등 여전히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셋째, 디자인과 소프트파워의 힘을 적극 활용하였다. 필립스의 조명기기와 소형 생활 가전은 여전히 일본, 중국, 한국의 전자제품에 비해 브랜드가치가 높다. 그 이유는 필립스의 조명기기와 생활 가전은 세련된 디자인과 보다 높은 수준의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필립스 고유의 기술력에 디자인과 고객경험과 같은 소프트파워를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였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도 고객인 환자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고객경험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등 기존의 의료기기가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이상과 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필립스는 현재까지도 그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필립스 고유의 장점인 기술개발과 소프트파워의 혁신이 계속되는 이상 계속 그 전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