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넷플릭스 vs SKB 망이용료 소송의 전망과 쟁점

@Editor 2020. 4. 1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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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KB는 2019년 11월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이용료 지급을 요청하는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하였다.

SK브로드밴드는 2019.11월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대가 협상을 중재해 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했다. 이는 통신사업자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와 망 이용대가 갈등으로 정부에 중재를 요청한 첫 사례였다. 전기통신사업자는 스스로 분쟁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전기통기사업법 제45조에 따라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SK브로드밴드는 기간통신사업자, 넷플릭스는 부가통신사업자여서 모두 재정 대상에 포함되기에 재정 신청이 가능하다.

재정 신청 당시 SK브로드밴드는 1년간 9차례에 걸쳐 넷플릭스에게 망이용료 지급에 대한 협상을 개시하자고 요청하였으나, 넷플릭스가 협상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재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한 넷플릭스 트래픽은 2017년 4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2년 반 만에 약 15배 폭증했다고 한다.

SK브로드밴드는 폭증하는 넷플릭스 트래픽 대응을 위해 2019년에 3차례, 올해 들어서만 4차례 해외망을 증설했다. 국내 통신망 용량을 늘리고 비용을 부담했음은 물론이다. 이를 근거로 SK브로드밴드는 망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2.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B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4월 13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지불해야 할 통신망 이용료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민사소송이다. 넷플릭스 측은 “재정신청 과정에서 서로 입장 차가 크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면서 “재정신청은 법적 구속력도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 시비를 가르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이번 소송 제기로 SK브로드밴드가 2019년 11월에 넷플릭스를 상대로 신청한 재정 절차는 모두 중단됐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재정 절차 진행 중에 한쪽 당사자가 소를 제기한 경우 재정 절차를 중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대신 국내에 캐시서버(OCA)를 무상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영상 콘텐츠를 새벽시간대 캐시서버에 저장하면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하면 SK브로드밴드가 해외의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 망 이용료를 추가로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 LG유플러스, LG헬로, 딜라이브가 이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들 업체에 캐시서버 설치 비용만 부담할 뿐 별도 망 사용료를 내진 않는다.

 

 

 

3. 향후 소송 전개방향 예상

넷플릭스가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확인의 이익'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정신청을 제기 당한 넷플릭스로서는 언제든 SKB로부터 민사소송을 제기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SKB에 대한 채무가 없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채무부존재소송이 각하되지 않고 본안 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확인의 이익은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된다(확인의 소의 보충성, 대법원 1994. 11. 8. 선고 94다23388 판결 등).

이에 대해 SKB 쪽에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을 이유로 금전지급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양사가 제기한 두 소송은 한번에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B로서도 이미 민사소송으로 분쟁이 심화된 만큼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승소하여 단순히 채무가 있음을 확인 받는 것보다는) 반소를 제기하여 금전을 직접 지급받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4. 쟁점에 대한 분석

가. 넷플릭스에게 유리한 법적 논거

1) 넷플릭스는 콘텐츠 사업자가 망 이용료를 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인터넷은 전 세계의 모든 사용자들이 착신지를 향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약속으로 묶여있으며, 각자의 정보전달에 아무런 금전적·비금전적 조건을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통신체계이기 때문이다. 즉, 정보전달을 위해 금전적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말이 안되며(정보 전달자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사용료는 제외), “망 이용대가”라는 말도 우리나라 언론과 정부 외에는 세계 어디에도 쓰이지 않는 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2) 또한, 넷플릭스가 SKB에게 망 이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계약상의 근거가 전혀 없으며, 다른 법률상 근거도 모호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2016년 개정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에서는 통신사끼리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원칙을 폐기하고 종량제 방식의 상호 접속료를 내도록 했으며, 통신사업자들은 이를 근거로 국내에 소재한 콘텐츠사업자(CP)들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시켜 왔는데, 상호접속기준 고시 자체는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 게다가 넷플릭스는 한국의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자주 보는 콘텐츠를 저장한 캐시서버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SKB는 더 이상 해외 통신망을 추가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는 등 해외망 이용료 지불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4) 아울러 국내의 인터넷 가입자들이 이미 SKB에게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콘텐츠 사업자가 별도로 통신사업자에게 망 이용료를 지급하게 된다면, 망 사용료를 이중으로 지급받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나. SKB에게 유리한 법적 논거

1) 반면 SK브로드밴드에서는 넷플릭스가 트래픽 수준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품질을 관리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 해상도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데, 높은 해상도를 고집할수록 트래픽 급증을 야기시키므로, 결국 트래픽 유발량 규모를 넷플릭스가 결정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과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통신사업자인 SKB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2) SKB는 법률적으로는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민법 제741조에 따르면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하는데, 넷플릭스의 경우 통신사업자인 SKB의 재산과 통신망을 활용하여, 자신의 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이익을 얻었고, 이로 인하여(해외 통신망 이용료 지불 및 국내 통신망 확충 등) SKB는 손해를 입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3) 또한, SKB는 국내에 무상으로 캐시서버를 설립해 주겠다고 하는 넷플릭스 측의 제안이 그럴싸 해보이지만, 캐시서버를 설립하더라도 국내 트래픽의 과부하 문제가 계속되어 국내망 증설 비용을 계속 지출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는 망 이용대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4) 아울러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업자에게 별도로 망 이용료를 지급하게 되더라도 이는 사용자 부담주의에 적합한 비용청구인 것이지, 통신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이중으로 지급받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즉, 인터넷 망을 현저히 많이 사용하는 사람(콘텐츠사업자)이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오히려 정의와 형평에 부합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5) SKB는 4)와 같은 이유에서 국내 콘텐츠사업자(네이버, 다음 등)들은 이미 통신사업자들에게 정당한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고, 국내 콘텐츠사업자들은 망 사용료를 부담하는 데 반해서 해외 콘텐츠사업자들에게는 사용료를 부담시킬 수 없다면 국내 콘텐츠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하고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할 것이다.

 

5. 맺음말

위 소송은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 간에 인터넷 망 사용 및 관리 비용에 대한 분담을 다투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선례가 없으므로 위 소송의 승패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다음과 같은 부분은 법원에서 반드시 고려되기를 바란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SKB가 넷플릭스에게 거액의 망 사용료를 부담시킬 경우 넷플릭스는 서비스 이용료(구독료)를 올림으로써 콘텐츠이용자들에게 최종적으로 비용을 부담(전가)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 때문에 넷플릭스에게 망사용료를 부담시키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넷플릭스를 비롯하여 막대한 인터넷 트래픽을 일으키는 해외(국내도 마찬가지임) 콘텐츠사업자들로 인해서 서비스 사용자들이 커다란 효용을 얻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체 인터넷 사용자들이 아니라 특정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국한된다.

따라서, 법원이 넷플릭스에게 망사용료를 부담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넷플릭스 구독료가 상승하여 넷플릭스 구독자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콘텐츠를 이용한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반대로 법원이 넷플릭스에게 망사용료를 부담시키지 않을 경우에는, 넷플릭스 구독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인터넷 트래픽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을(해외 망사용료와 국내 망 확충 비용) SKB의 통신망 이용자 전체가 나누어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인터넷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않는 다수에게 전체 비용을 분담시키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사업자들의 경우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이들은 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한 인터넷망을 활용하여 자신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고, 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한 인터넷망을 이용해서 오프라인에서 사업할 때와 비교할 때 현저히 적은 투자비용을 들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 등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을 얻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강조해서 하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그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콘텐츠사업자나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다면, 이들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통신망을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들이 분담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이 또한 부당하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법원의 최종 판결 전에 조정이나 소송상 화해로 분쟁이 종결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망으로 인해 심리적 효용과 경제적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형평에 맞는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