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배달의 민족, 수수료 논란의 법적 문제

@Editor 2020. 4. 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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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1위의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경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이번 4월 1일부터 광고수수료를 기존 월 8만8000원 정액에서 건당 부과방식인 정률제(매출의 5.8% 부과)로 변경했다. 기존 배민 앱 화면 구성은 최상위에 오픈리스트 3개 업소가 위치하고 그아래 월 8만8천원 정액 광고료를 내는 울트라콜 등록업체가 거리순으로 노출됐다.

오픈리스트는 여러 음식점이 신청하더라도 한번에 3개 업체만 무작위로 보이고 울트라콜엔 이용중인 모든 업소가 등장을 하는데, 이 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음식점들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화면 하단으로 밀리는 식이다.

그러나 이달 1일부터는 기존에 무작위로 3개 업소만 노출되던 오픈리스트가 등록업소가 모두 노출되는 오픈서비스로 달라졌다. 대신 중개 수수료는 기존 6.8%에서 5.8%로 1%포인트 낮췄고, 울트라콜을 3건으로만 제한하기로 했다.

즉, 기존에는 오픈리스트 3개 업체 노출(매출액 대비 수수료 6.8%)-울트라 콜 신청업체 숫자만큼 노출(월 8.8만원 정액)-서비스 미이용 업체 순으로 노출되었으나, 변경 후에는 오픈리스트 신청업체 숫자만큼 노출(매출액 대비 수수료 5.8%)-울트라콜 3건 노출(월 8.8만원 정액)-서비스 미이용 업체 순으로 노출한다는 것이다.

변경 후 제도에 따르면 배달앱의 최상단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경쟁적으로 오픈리스트에 등록해야 하므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매출액 대비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오픈리스트에 가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로 인해 음식점들은 매출액이 증가할수록 더욱 높은 배달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배민은 일부 대형 업체들이 여러지역에 무제한 노출이 가능한 울트라콜을 수십개씩 등록한뒤에 상호를 반복 노출하는 형태를 방지할 목적으로 서비스를 개편했다고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이에 대해 수수료를 올리기 위한 꼼수라며 비판했다. ‘배달의 민족’이 도입한 오픈서비스에 대한 매출이 높은 가계일수록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실제로 기존 ‘배달의 민족’의 앱 ‘울트라콜’을 3건 이용하면 수수료가 26만여원 정도 되는데 변경된 정률제를 적용하면 업소(배달의 앱 이용 매출 3000만원)는 수수료로만 174만여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민의 수수료 제도 변경은 법률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 민족’의 점유율은 55.7%에 달한다. 이어 요기요 33.5%, 배달통 10.8% 순이다. 배민은 1위 업체로서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 기준은 1개의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50%이상이거나, 2개 또는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는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판단은 시장점유율 기준 이외에도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된다) 

이에 따라 배민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다음과 같은 지배력 남용행위가 금지된다. 

공정거래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①시장지배적사업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남용행위"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개정 99·2·5 법5813]
1.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이하 "가격"이라 한다)를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3.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4.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5.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강학상으로는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를 (1) 배제남용과 (2) 착취남용의 두 가지로 나누어 부당성을 달리 판단하고 있다. 배제남용이란 상기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등으로 시장에서의 유효경쟁을 제한하는 남용행위를 말하고, 착취남용은 시장력을 이용하여 소비자나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독점적 이익을 과도하게 실현하는 남용행위를 말한다. 배제남용에 대해서는 우리 법은 경쟁제한성을 중심으로 그 부당성을 판단하며, 착취남용에 대해서는 시장력을 이용한 독점적 이익이 과도하게 실현되었는지 여부로 그 부당성을 판단한다.

배민의 수수료 변경의 경우 시장지배력을 이용해서 독점적인 초과 이익을 얻으려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제재받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민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배민의 수수료 변경으로 인해 배민이 음식점 사장(거래상대방)으로부터 과도한 이익을 얻은 점,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배민의 수수료 변경에 따라 음식점들은 경쟁적으로 오픈 리스트에 등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제도 변경 후에 오픈 리스트 등록 업체 숫자가 상당히 증가한 점), 이로 인해 소비자의 후생이 감소할 수 있는 점(배달 수수료 지출 증가로 인해 음식의 양과 품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으로 사업자들을 제재한 사례들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는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제재 보다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 

2019.12.13.자로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사는 배민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의 87%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딜리버리 히어로사는 이미 국내 2위 배달앱인 요기요와 국내 3위 배달앱인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이므로, 딜리버리히어로사의 배민 인수가 승인될 경우 국내 배달시장의 99%를 한 업체가 독점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상황을 고려해서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면서 소상공인, 경쟁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보겠다는 입장이었는데, 금번 수수료 변경 논란으로 인해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배민이 수수료 정책을 용이하게 변경하는 것 자체가 시장지배력이 높다는 사실에 기인한다는 사실', '만일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추후 승자독식구조가 더 공고해져서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사실' 등이 사회전반에 알려지게 되었고, 공정위도 이러한 여론의 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논란이 없었다면 공정위는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예를 들어 향후 몇년 간 수수료 인상 금지, 배민과 요기요 배달통 등 업체 간에 수수료나 거래조건 등의 협의 금지 등의 조건을 붙여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방식)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 간 기업결합에 대해서 방송통신 시장의 생태계 변화에 따라 혁신경쟁 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서 수신료 인상 제한, 채널 수 임의 감축 금지 등 행태적 시정조치(시정 명령)만 부과한 채로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배민과 딜리버리 히어로 간의 기업결합의 경우 금번 사태로 인해 공정위가 기업 결합 자체를 금지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M&A의 마무리 단계로 공정위의 승인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배민이 왜 이러한 논란을 야기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으며, 여러 모로 아쉬운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