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워크는 왜 테크기업이라고 주장했는가?

@Editor 2020. 3. 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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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는 스스로를 "오프라인의 페이스북"이라고 불렀고, '부동산계의 우버'라고 주장하면서, 공유경제의 비지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테크'기업임을 수없이 강조하였다.  

1. 그렇다면 테크기업이란 무엇인가?

테크기업은 R&D비용을 지출해서 디지털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을 만들고 나면, 이를 복제해서 판매하면 되므로 제품의 생산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유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니 당연히 재고비, 물류비 등을 지출할 필요도 없다. 

또한, 테크기업의 경우 제조업과 같이 거액의 투자비나 감가상각비를 지출할 필요도 없다. IT 기술로 무한 복제가 가능하므로 컴퓨터와 서버 등에 대한 투자비용만 집행하면 될 뿐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하이테크기업들의 영업이익률과 ROE, PBR등은 제조업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매우 높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경우 2019년 말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5000억달러를 넘었으나, 유형자산은 250억달러에 불과하였고, 무형자산과 현금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순자산은 1000억달러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페이스북의 PBR은 5~7 사이를 유지하는 등 자산에 비해 높은 영업이익을 창출하면서 시가총액도 높게 형성되어 있다. (물론 상장 당시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 위워크는 왜 테크기업이 되고 싶었는가?

이에 대한 답은 너무나 당연하다. 위워크는 테크기업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싶었던 것이다. 

 

3. 만일, 위워크가 테크기업이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가치를 평가받았을까?

영국 공유오피스 전문기업 IWG는 Regus, Signature, No18, HQ 등 여러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업력 30년 이상의 글로벌 기업으로, 위워크의 가장 큰 경쟁자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두 회사가 전 세계에서 확보한 사무 공간의 넓이는 비슷하지만, 가입한 회원 숫자는 IWG가 5배 많고 매출액은 2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따라서 같은 해 IWG는 5억달러의 흑자를 냈으나 위워크는 19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그런데, 시장에서 생각한 IWG의 기업가치는 37억 달러인 반면(PER이 10이 채 안 된다),위워크는 IWG의 12배가 넘는 470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었다. 

위워크가 테크기업이라고 주장하면서 IWG와 차별화하지 않았다면, IWG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위워크는 테크기업이라고 주장하면서 마케팅을 잘했을뿐인, 부동산 임대업자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창업해서 10년만에 세계 최대의 공유오피스 기업으로 성장한 위워크의 시장 잠식능력과 마케팅 능력은 대단하지만, 위워크의 몰락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존재하지 않는 성장은 결국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에는 성장에 대한 기대를 통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이를 통해 다시 성장할 수 있겠지만,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기대가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자의 시각으로 볼 때 테크기업의 투자매력은 상당하지만, 이에 대한 투자는 상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알리바바와 야후에 투자했던 위대한 투자가 손정의까지 위워크에 물린 것을 보면 옥석을 가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